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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ard Test / Lexus RX450hL 12
등록자 CARLNC 작성일자 2020-08-10 오전 11:59:27


유행과 맞바꾼 정체성




브랜드가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점, 또 하나는 변화에 신중하다는 점이다.

렉서스는 2020 RX 시리즈의 리무진 모델 RX450hL을 선보이며, 고유의 정체성은 물론 유행을 쉽사리 수용하지 않는 디자인 철학을 지향한다는 것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지난 2012년 GS 모델에 처음 적용된 스핀들 그릴은 지금까지 전 모델에 적용되며 렉서스의 아이덴티티로 자리를 잡았다.

새로 선보인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SUV RX450hL 이그제큐티브 역시 범퍼부터 보닛까지 이어지는 렉서스만의 그릴 디자인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매서운 눈매의 헤드라이트와 그릴은 중앙의 렉서스 로고로 모아지며 중후함 속에서 개성을 시나브로 나타내고 있다.

렉서스의 준대형 SUV 라인업인 RX 시리즈는 2008년 출시된 3세대부터 토요타 해리어와 구분되며 별개의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2016년 국내에 출시된 바 있는 RX450h는 4년 만에 외모를 좀 더 가꾼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왔다.

RX450hL은 여기에 2열 시트를 프리미엄 캡틴 체어로 바꾸고, 2인승 3열을 추가한 6인승 모델이다. 길이가 110mm 더 길어지고 높이도 10mm 더 높아졌다.



타이어는 편평비가 10% 낮아져 승차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휠의 직경을 18인치에서 20인치로 늘려 안전성을 높였다.

밤새 흩날린 송진가루 덕분에 RX450hL의 소닉 티타늄 컬러에 짓궂은 푸르름이 더해져, 아침부터 물세례를 퍼부어야 했다.

그래도 달리던 중 채 마르지 않은 물기에 꽃가루가 들러붙는 것을 보고는 이내 새 차 같은 모습은 포기했다.

적당히 따사로운 날씨에 문득 커피가 생각나 파주 헤이리로 향했다.



오토스톱과 오토홀드 기능은 시내를 벗어나기까지 엔진을 쉴 새 없이 재웠다 깨웠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운전자에게 느껴지는 진동은 오토홀드 상태에서 출발할 때나 약간 느껴질 정도로 정숙했다.

다만 모터가 정숙함을 위해 열일을 할 때, 6기통 엔진은 가동할 때마다 눈치 없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RX450hL에 탑재된 3.5ℓ 6기통 하이브리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엔진 출력 262마력에 전기모터를 더해 총 313마력과 34.2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무단변속기 e-CVT는 변속 충격이 없어 가·감속이 부드럽다.

다만 3.5ℓ 엔진으로 이끌기에 2.2톤의 무게는 약간 버거운지, 제대로 속도를 내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힘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주행 효율과 승차감을 위해 내달리고 싶은 것을 애써 참는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 주행으로 RPM을 더 높게 사용하면 질주욕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3.5ℓ 6기통 엔진 치고는 치고 달리는 민첩함이 부족한 듯했는데, 직선과 커브를 비롯해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의 승차감은 이를 상쇄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특히 RX450h에서 한 층 진화한 2열 시트는 세단 못지않게 안락하고 편안하다. 다만 3열 시트는 2열을 최대한 앞으로 밀어도 성인이 앉기에는 비좁다.



3열 측면에 공조 컨트롤 패널을 배치해 탑승자를 배려했지만, 5인 이상의 가족이 아니라면 3열은 접힌 상태에서 트렁크 바닥 신세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2열도 폴딩할 수 있지만 3열처럼 완전히 접히지는 않는다.

한창 달리며 주행 경험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중요한 걸 깜박했다. 말소리 외에 악기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운전이 지루해질 참이었다.

음악을 고르기 전에 이퀄라이저를 먼저 조절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봤다.

모바일 스트리밍 앱이 아니라 CD에서 직접 추출한 FLAC 음원을 재생했는데, 한순간 공연장의 앞쪽 3열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잠시 들었다.



그제야 송풍구 아래의 마크 레빈슨 로고를 발견했다. 과연 영국 록밴드 스콜피온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Deadly Sting Suite’가 공격적으로 귀에 침투할 만했다.

해상력이나 공간감 등 음악 감상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마크 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은 RX450h 시리즈의 이그제큐티브 사양에 적용된다.

특히 리무진 모델은 트렁크의 바닥 아래에 서브우퍼를 배치해, 저음의 울림이 실내공간 전체에 울리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이 음향시스템은 디지털 음원을 실시간 분석해 원음에 가깝게 복구하는 ‘클래리-파이’ 기술이 적용돼 있다.



물론 3~4MB 용량의 mp3 파일까지 원음으로 구현하지는 못하지만, 고음질 음원인 FLAC 파일 재생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Hurricane 2000’, ‘Wind of change’ 등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강렬한 록밴드의 교감을 이토록 조화롭게 이끌어낸다는 점이 놀랍다.

결국 RX450hL을 주행하며 나눈 대부분의 대화가 음향 부분으로 집중되고 말았다.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터치식 콘솔 LED 램프, 뒷유리에 배치된 윈도우 쉐이드, 각종 운전자 제어를 도와주는 기어레버 아래의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 등 새로운 렉서스 SUV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많다.



하지만 결국 렉서스 뉴 RX450hL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아이덴티티는 고집스런 아날로그 시계, 그리고 마크 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이다.

감히 ‘운전의 질이 높아진다’고 공언할 정도다.

만약 RX 시리즈에 이 음향 시스템이 빠진 모델을 시승했다면, 트렌드를 좇는 여느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굳이 CD플레이어까지 배치하면서 렉서스가 버리지 않았던 것은, 옹고집이 아니라 정체성이었다.

9,000만 원대 중대형 SUV 선택지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RX450hL이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따르는 사람은 이 모델 또한 만족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힘이 모자라게 느껴져도, 엔진 소리가 내내 귀를 괴롭혀도, 운전하면서 울상보다는 미소가 더 잦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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