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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ARLNC 작성일자 2021-05-18 오후 3:02:08


두 발로 경쾌하게 OR 네 발로 탄탄하게

승용차 4륜구동의 매력




몇 해 전부터 겨울에 눈이 오면 폭설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올해만 해도 1월 초에 쏟아진 기습 폭설로 다음날 자동차 사고 접수가 2만 건 이상 접수됐고, 1주일간 11개 손보사에 접수된 사고 건수는 11만 건에 육박했다.

여름에 내리는 폭우도 위험하지만, 차가운 눈덩이가 도로에 쌓이면 젖은 도로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것이 4륜구동이다.

같은 차종에서 4륜구동 옵션을 선택하면 적게는 200만 원대, 많게는 400~500만 원을 더 지출해야 하는데, 이 가격에 대한 운전자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7일 본지 2월호에 수록된 BMW 6 GT 모델 시승기를 진행했다.

전날인 6일 오후 시승할 차량을 인수받아 집으로 향하는데, 별안간 눈발이 흩날리더니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평소대로라면 1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는 2시간이 넘도록 도로를 제대로 달리지 못했고, 그마저도 차량이 후륜구동 방식이어서 미끄러운 길에 취약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3시간이 넘게 걸려 겨우 도착하고 나니, 사진을 촬영해야 할 차량 하부는 눈과 먼지가 뒤섞여 엉망이 되고 말았다.

더 심각한 것은 다음날이었다.



시승차는 물론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 본인 차 SM7을 몰아야 했는데, 낮에 시승차를 운전할 때는 물론 해가 질 무렵 운전을 시작한 SM7은 운전이 더 어려웠다.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려 해도 바퀴가 미끄러지며 ‘SLIP’ 경고등이 깜박였고, 제설이 안 된 아파트단지 내 오르막길은 아예 올라가지도 못했다.

며칠 뒤 뉴스에서는 이번 폭설로 접수된 사고 건수가 전월 대비 몇 배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차가 더러워진 건 안 좋은 축에 끼지도 못할 정도였다.

문득 지난 2014년 떠나보낸 혼다 CR-V가 떠올랐다.

지난 2010년 1월 4일, 그 당시에도 몇 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인천에 가는 길이었는데, 요금소를 빠져나와 약 300m쯤 가서 우측 도로로 올라가야 했다.

결과적으로 약 4시간 동안 200m 가량 움직이는 데 그쳤고, 결국 병원 방문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병원에서도 “오늘 예약한 환자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며 이해해줬다.

당시 운전했던 3세대 CR-V는 리얼타임 4WD가 적용됐다.

평소에는 전륜으로 주행하다가 노면 사정으로 전륜과 후륜의 회전수가 달라지면 뒷바퀴에도 동력을 분배해 4륜구동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눈이 쌓인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BMW를 보면서 유유자적 오르막을 올라가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으레 다음 자동차를 구입할 때 4륜구동 시스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 4WD와 AWD의 차이

4WD와 AWD를 모두 4륜구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에는 AWD를 더 많이 사용한다.

많지는 않지만 바퀴가 6개 이상인 자동차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4WD란 표기가 맞지 않게 돼 AWD가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두 명칭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파트타임 4륜구동처럼 2륜구동과 4륜구동을 오가는 차량은 4WD, 풀타임 4륜구동은 AWD로 부르면 된다.

4륜구동 자동차의 구동방식은 대부분 항상 4륜구동으로 작동하는 풀타임 4륜구동이다.

운전자가 임의로 2륜과 4륜을 전환할 수 있는 파트타임 4륜구동, 일정 상황에서 자동으로 4륜 전환되는 온디맨드 4륜구동도 있다.

전기차 역시 2륜구동과 4륜구동으로 나뉘는데,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트랜스퍼 케이스나 프로펠러 샤프트 등 복잡한 장치가 필요 없고 앞뒤 차축에 모터를 배치하면 돼 비교적 간단하다.



◆ 4륜구동의 마력, 오프로드에서 극대화

지난해 11월 출시된 쌍용 렉스턴은 외모와 인테리어 모두 부드러움보다는 강한 이미지를 한껏 풍기는 준대형 SUV다.

비록 친환경적이지 않은 디젤 엔진을 얹었지만, 2,157cc 엔진이 최대 202마력, 최대 토크 45.0kg·m의 힘을 낸다. 기어레버 뒤에 배치된 다이얼로 2WD, 4WD High(이하 4H), 4WD Low(이하 4L)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평소 온로드를 달릴 때는 2륜구동으로, 눈·비 등 궂은 날이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4륜구동으로 달릴 수 있다.

경사가 높은 오프로드를 오르내릴 때 4L 모드를 선택하면 주행속도를 줄이는 대신 힘을 더할 수 있다.

사실 SUV를 포함한 승용차로 비포장도로를 달릴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승회나 시승기를 진행할 때는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산골짜기 깊은 곳을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만, 평범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이 차를 타고 아스팔트를 벗어나는 것은 여러 의미로 어렵다.

그래도 4륜구동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느껴보고 싶었다.

시승기를 수록한 렉스턴 2.2 4WD 더 블랙 모델을 타고 근교의 산길을 찾았다.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언덕을 넘어 송전탑까지 가는 길을 찾았다.

가파른 언덕길은 포장돼 있지 않은 흙길이고, 송전탑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만 대강 닦아놓은 정도의 험로였다.

길 한 쪽이 움푹 패여 있기도 하고 걸어 오르기도 쉽지 않을 만큼 경사도가 상당하기도 했다.

길 가운데의 공터를 기준으로 한 쪽은 완만한 경사길, 다른 쪽은 경사가 크고 험한 숲길이었다.



처음에는 완만한 경사길을 2WD 모드와 4H 모드로 왕복 주행해 봤는데, 워낙 렉스턴의 싱글 터보 엔진의 힘이 좋은 덕인지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약 500m 거리의 험한 숲길로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는 2WD 모드로 가파른 경사를 올랐다. 일반적인 언덕길은 2WD로도 무난하게 올랐지만,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면서 후륜구동인 렉스턴의 뒷바퀴가 미끄러지고 RPM이 3,000 가까이 빨라졌다.

거친 노면 탓에 승차감도 험난했다.

덩치가 큰 탓에 좁은 숲길을 지날 때는 주행 모드에 따른 승차감보다는 좌우로 뻗은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어렵게 왕복 주행을 마치고 주행 모드를 4H로 바꿨다.

다이얼을 돌리고 몇 초가 지나면 계기판에 ‘4WD HIGH’ 표시등이 켜진다.

참고로 자기 차량이 파트타임 4륜구동을 지원한다면, 구동 방식을 변환하는 것은 되도록 정차 상태에서 수행하자. 주행 중에도 속력이 70km/h 이하라면 2H와 4H를 변환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4H에서 4L로 변환하는 것은 주행 중에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정차한 뒤 변환해야 한다.

4H 모드에서 같은 길을 다시 오르는데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아우디 콰트로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 고유의 접미사로 4륜구동 기능을 알린다.

일반적으로 4WD(4 Wheel Drive), AWD(All Wheel Drive)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4륜구동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아우디는 ‘Quattro’, 메르세데스-벤츠는 ‘4MATIC’, BMW는 ‘xDrive’, 폭스바겐은 ‘4MOTION’ 등으로 부른다.

승용차에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확산의 불을 지핀 것은 아우디지만, 4륜구동 시스템을 처음 개발한 것은 영국의 엔지니어 조셉 디플록이다.



그는 1893년 증기기관 구동 트랙션 엔진에 적용할 4륜구동 시스템 특허를 출원해 최초의 4륜구동 시스템 개발자가 됐다.

이후 1899년 독일 페르디난드 포르쉐가 4륜구동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최초의 4륜구동 자동차를 선보였다.

4륜구동의 상용화는 1903년 네덜란드의 제조사 스파이커가 내놓은 ‘60HP’ 모델이 시초다.



네 바퀴에 같은 동력이 전해지니 바퀴가 헛도는 일이 없고, 자연히 승차감도 2H 모드보다 나아졌다.

가파른 경사를 오를 때 2H 모드에서는 누군가에게 당겨지듯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4H 모드에서는 앞에서 끌어가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는 듯했다.

엔진에서 전해지는 힘도 넉넉해진 느낌이었다.

굽이진 산길을 갈 때도 속도는 느렸지만 운전자가 조작하는 대로 운전대의 조향감각을 그대로 바퀴에 전달해 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4L 모드를 선택했다.

렉스턴 4WD 모드에서는 새로 적용된 차동기어 잠금장치(LD·Locking Diferential)가 험한 도로에서 안정성을 배가시켜 준다.

달릴 수 있는 최대속도는 4H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만, 4L 모드를 이용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빨라도 30km/h 정도가 상한선일 테니 문제는 없다.

실제로 4L 모드로 같은 경사로를 오를 때는, 엔진이 힘내는 소리만 빼면 시내 도로의 얕은 오르막을 오르듯 편안하다.

다만 이런 길을 수 km 달려야 한다면, 공인연비 11.1km/ℓ는 포기해야 한다.



◆ 강하다, 문제는 ‘몇몇 조건’에서만 강하다

정통 오프로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세단으로는 갈 수 없는 험로를 4륜구동 SUV로 달려보니, 4륜구동 기능의 필요성에 힘이 실렸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2021년형 렉스턴은 출시 1주일만에 5,500여 대가 판매됐고, 덕분에 2020년 11월 국내 판매량을 전월 대비 22%가량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또한, 사전계약 수량 중 41%가 상위 트림인 더 블랙 모델이었는데, 이를 포함해 새로운 렉스턴을 선택한 고객 10명 중 9명이 4WD 모델을 선택했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 중 SUV 비중이 40%를 넘어선 추세에 캠핑 트렌드까지 더해지며, 4륜구동에 대한 니즈는 계속해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다만 차종 전체에서 보면 4륜구동 기능의 효용성은 다소 떨어진다.

이번에 테스트했던 오프로드 주행은 경차나 세단으로는 어렵다.

최근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었는데, 캠핑카는 물론 트레일러를 끌고 다닌다 해도 SUV가 아니면 제약이 상당하다.



4륜구동이 빗길이나 눈길에서 전륜·후륜보다 안정성이 높긴 하나, 365일 중 4륜구동이 빛을 발하는 날은 많아도 10~15% 정도다.

매일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유지비도 중요한데, 같은 모델의 2륜구동과 4륜구동의 연비 차이를 감안하면 적잖이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륜구동 옵션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이는 승용차 전체 판매량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덩치가 큰 SUV에 4륜구동이 더해지면 운전자의 이동 범위가 무척 넓어진다.

자동차를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여가생활의 가능성도 커지고, 험로 주행에서의 안전도 좀 더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평균 10% 내외의 차이인 4륜구동 옵션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4륜구동을 다소 선호하는 편이다.

운전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해도 전륜구동보다 주행감각과 승차감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연비 5%를 손해 보더라도 선택할 만한 장점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오로지 출퇴근과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굳이 200~300만 원을 더 들여 4륜구동을 택할 필요는 없다.

4륜구동이 빛을 발하는 폭우나 폭설도 1년에 많아야 대여섯 번이다.

이 만큼의 짜증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4륜구동을 선택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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