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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a Test / 르노 마스터 0
등록자 허인학 작성일자 2018-12-20 오후 12:31:47



배달의 마스터

MASTER S RENAULT

 



프랑스판 생활의 달인에 선정될 법한 일꾼이 한국에 왔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어떤 일을 맡겨도 어려움 없이 해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정말 궁금했다. 이 일꾼은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도로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지나다니는 차를 지켜봤다. 여유롭게 시간을 죽이면서 허세를 부린 것이 아니다. 일의 연장이다.

너무도 많이 보이는 국산차와 수입차.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SUV, 세단 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자가용들만 도로 위를 달리지는 않는다.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옆구리에는 ‘개별화물’ 혹은 ‘개별 용달’, ‘퀵 서비스’라는 말들로 멋을 낸 포터와 스타렉스, 다마스들도 바삐 달리고 있다.



우리는 이런 차들을 보고 ‘서민의 발’이라고도 표현한다. 돈을 벌어다 주는 소중한 수단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너무 돈, 돈, 돈, 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서민의 발로 이용되는 모델들의 대부분이 현대·기아가 만든 모델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르노삼성도 ‘야무진’이라는 1톤 트럭으로 야심차게 소형 상용 시장에 문고리를 잡기도 했지만 이탈리아 축구팀 버금가는 빗장수비에 가로막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샹송을 즐겨들으며 에펠탑 앞을 지나다니던 새로운 일꾼인 ‘마스터(Master)’가 한국으로 스카우트됐기 때문.



생소하기는 하지만 이 일꾼은 이미 1980년부터 지금까지 유럽 전역을 누비면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는 모델이다. 말 그대로 ‘장인’인 셈이다. 우리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달인들처럼.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마스터의 능력이 궁금해 미칠 노릇이었다. 프랑스 일꾼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미션을 준비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잠시 내려두고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감이 필요했다.

며칠이나 일거리를 찾아 헤맸는지 모른다. 운송업계의 불황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다. 일감을 찾던 중 드디어 연락이 왔다.



바이크 용품을 배달해 달라는 요청이다. 영업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배송료를 받으면 불법이기 때문에 배송료는 정성이 담긴 비타민 음료로 대신했다.

배송 당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마스터의 시동을 걸었다. 물건을 실을 장소는 서울 남영동에 위치한 모터웍스. 모터웍스는 헬멧부터 보호장구, 액세서리 같은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다.



바이크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들러봤을 곳이다. 출근길은 어지간히 막혔다. 나름대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그렇게 모터웍스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배달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곱게 쌓여있었다. 꽤나 많은 양에 배달을 의뢰한 직원은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마스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배달을 함께한 마스터는 S(스탠더드) 모델이다. 제원 상 크기는 전장과 전폭, 전고가 각각 5,050mm, 2,020mm, 2,305mm다.

마스터의 운전석에 올라 있으면 지나다니는 버스 기사와 눈싸움도 벌일 수 있다. 게다가 적재함의 크기는 길이와 폭, 높이가 각각 2,505mm, 1,705mm, 1,750mm다. 굳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물건을 쉽게 적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너무 껑충한 키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남아돌아도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게다가 테일 게이트는 양쪽으로 180도까지 열리고, 상면고가 555mm라 커다란 물건을 실을 때도 낑낑거릴 필요가 없다. 옆면에는 슬라이딩 도어까지 시원하게 열려 상황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모터웍스에서 실은 물건은 바이크 헬멧과 보호장구들. 부피가 상당하다. 하지만 마스터의 적재공간에는 반도 못 미치는 양이다.



배달지의 주소를 받아 들었다. 경기도 양평의 만남의 광장이다. 바이크 마니아들이 ‘양만장’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했고, 다행히 정체는 풀려있었다. 마스터는 디젤을 주식으로 한다. 앞으로 살짝 삐져나온 보닛 속에는 2.3ℓ 4기통 트윈터보 심장이 달려있다.

이 심장은 최고 145마력, 36.7kg·m의 힘을 내고,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움직인다. 한 손은 스티어링 휠을 쥐고, 또 다른 손은 변속기 레버를 쥐었다.



도심에서는 손과 발에 여유가 없다. 향후 자동변속기 모델을 들여온다고 하니 조금은 지켜볼 일이다.

커다란 차체에 짐까지 실려 있었지만, 차체를 움직이는 데는 큰 부담이 없다. 재빠르게 잘 치고 나간다. 초반 토크가 좋다는 얘기다.



단, 100km/h를 넘기면 살짝 버거워하는 눈치를 보내기도 하지만, 이런 차에 짐을 싣고 미친 듯이 달릴 일은 거의 없으니 큰 불만은 아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도 달려있다.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 차를 세우거나, 클러치를 밟고 있으면 스르륵 시동이 꺼지고, 클러치를 떼면 다시 엔진이 살아나는 방식이다.



수동변속기 차에서는 약간 신선한 기능이기도 하다. 브레이크는 의외로 민감하다. 초반부터 세차게 속도를 줄인다. 많은 짐을 싣고 있어도 속도를 줄이는 일에 대해 크게 부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또 하나의 장점. 큰 차를 모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다. 남들보다 높이 올라 운전을 하기 때문에 탁 트인 시야가 운전에 도움을 준다.



거기에 실용성에 초점을 둔 커다란 사이드 미러에는 밑 부분을 볼 수 있게 볼록 거울도 달렸다.

게다가 안전을 위해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과 그립 컨트롤, ESC,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BAS 등 세기도 힘들 정도의 안전장치들이 담겨져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일반 자가용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러 수납공간은 눈에 띄는데 비상등과 도어를 잠그고 여는 버튼이 도무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아보니 룸미러 쪽에 두 버튼이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비상등을 작동할 때 손을 쭉 뻗고 누르다 보다. 위치가 조금 애매하긴 하다.

드디어 ‘양만장’에 도착. 시간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물건이 온전하게 있는지가 중요했다.



나름의 차의 성격을 알아본다는 이유와 배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약간은 험하게 몬 탓에 물건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괜한 걱정에 휩싸였다.

만약, 물건이 상했더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일이 벌어질 게 뻔했다. 측면 슬라이드 도어를 잡고 살짝 열었다.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다행히도 물건은 처음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적재물이 이리저리 날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레진 우드를 적용한 센스 덕분이다.



키가 큰 물건을 싣더라도 줄로 고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고리도 마련해 두었다. 물건을 최대한 안전하게 배달해야 하는 운송업자들에게는 분명한 매력으로 느껴질 부분이다. 안전하게 물건을 건네주고 고된 하루의 일정의 문을 닫았다.

샹송의 나라, 패션의 나라에서 건너온 일꾼과 보낸 멋진 하루. 이미 유럽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일꾼은 국내 시장의 터줏대감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중차대한 임무를 해결해야 한다.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 효율성, 실용성을 갖췄다는 점은 까다로운 기준으로 차를 선택하는 운송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거기에 경쟁 모델들이 갖추지 않은 안전장비들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기도 하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결과는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경제활동을 책임져줄 새로운 일꾼은 국내 모델들의 견고한 수비를 뚫고 멋진 득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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