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로그인회원가입장바구니
 
'
현장정비
꾸루룩
에어컨 회로도
닛산
인피니티
얼라이먼트
에어컨 회로도
뉴카렌스
'
 
 
 
HOME > 뉴스 > 시승기
지프 랭글러 0
등록자 허인학 작성일자 2018-02-27 오후 4:33:59

 


JEEP WRANGLER RUBICON

겨울 왕국 행 설국열차



언제나 그랬듯 일은 무심결에 내뱉은 한 마디에서 시작된다. 겨울에는 차를 재미있게 타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동료 기자의 말. 오기가 생겼다.

겨울에도 충분히 아니, 더욱 재미있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비밀리에 한 녀석을 섭외했다. 편견에 사로잡힌 동료를 겨울 왕국으로 데려다줄 그런 녀석으로.



겨울에는 결코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부른 한 대의 차. 미국 태생의 정통 마초남인 랭글러 루비콘이다.

그런데 녀석을 마주한 동료 기자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제 곧 신형 모델의 등장이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근사한 이별여행이라는 말로 다독이고 겨울 왕국 행 설국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출발과 동시에 또 한 번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투박하고 오래도록 봐왔던 겉모습 때문이다.

지프 특유의 동그란 헤드램프와 부족하기 그지없는 투박한 실내. 누군가에게는 불만일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간직해온 헤리티지다. 지프만이 가질 수 있는 ‘멋’이라고나 할까? 계속되는 동료의 지적 때문에 운전을 하는 내내 좌불안석이다.

빨리 곱게 깔린 아스팔트에서 벗어나 모랫길에 열차의 바퀴를 올려 랭글러의 진정한 멋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목적지로 삼은 곳은 오프로더들과 캠퍼들이 끊임없이 방문하는 경기도 가평의 경반분교. 약 2시간을 달려 눈으로 뒤덮인 겨울 왕국에 도착했다.

동료의 실망감을 희열로 바꿔줄 시간이다. 간밤에 내린 폭설로 길이 온통 눈밭이다. 오히려 좋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헤치고 다닐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번에 함께한 루비콘 랭글러의 심장은 가솔린을 주식으로 하는 3.6ℓ V6 펜타스타로 최고 284마력, 35.4kg·m의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자동 5단 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된다.

시승차의 경우에는 투박한 느낌의 디젤 심장 대비 부드럽고 여유롭게 움직인다. 2톤의 무게를 끌기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을 정도다. 단, 쉴 새 없이 기름을 들이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마지막 관문에 도착. 이곳에서만큼은 엔진의 출력이 얼마고, 연비가 몇이라는 수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바퀴가 푹푹 빠지고 연신 미끄러지는 상황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겨울 왕국이라는 종착역으로 가는 길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폭설로 인해 초입부터 발목을 잡아챘고,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순간 필요한 것은 기어 레버 옆에 위치한 조그마한 레버다.



게임의 ‘치트키’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우선은 레버를 당겨 ‘4H’ 모드로 설정. 마법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일반적으로 온로드에서는 뒷바퀴만 굴리는 2H 모드를 사용한다. 반면, 네 바퀴를 모두 굴릴 수 있는 4H 모드는 앞뒤로 5:5 비율로 엔진의 힘을 전달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모랫길 혹은 미끄러운 진흙길쯤은 콧방귀를 뀌며 달릴 수 있다.



그렇지만 욕심은 금물이다. 4H 모드에서는 구동 계통에 큰 부하가 걸려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속 80km쯤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길을 꾸준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의 코앞이다. 그런데... 길이 예사롭지 않다. 가파른 경사에 곳곳에 튀어나와 있는 커다란 바위, 눈과 얼음. 입으로는 최강의 오프로더라고 외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Don’t Hold Back’. 물러설 곳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기에 도전. 4H 모드에서 4L 모드로 변경했다.



이 모드는 쉽게 정복할 수 없는 험로를 주행할 때 쓰는 모드로 앞과 뒤의 디퍼렌셜을 모두 잠그면 각 바퀴마다 25%의 힘이 전달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운전석 왼쪽에 위치한 스웨이 바 분리 버튼을 누르면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를 늘려 그 어떤 길도 넘나들 수 있는 진정한 마초남으로 변신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살짝 뒷바퀴가 미끄러지기는 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심하게 튀어나와 있는 바위도 그냥 타고 넘었다. 바깥 상황은 긴박했지만 설국열차의 실내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편의장비와 고급스러움, 무지막지한 힘을 겸비한 플래그십 SUV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이런 곳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할 테니까. 셀 수 없을 정도의 바위를 넘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다 종착역인 경반 분교에 도착.



캠핑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1982년 폐교된 곳으로 전기와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 중 오지다. 함께한 동료에게 말도 안 되는 험로를 돌파하며 목적지에 도착한 랭글러에 대한 생각을 다시 묻자 180도 달라진 답변을 했다.

랭글러를 무시했던 말은 잊어달란다. 그리고 겨울에는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완벽하게 깨졌다고 한다.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원하는 답변을 얻어 내심 기뻤던 것은 사실이다.



내친김에 더욱 하드한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대략 성인 남자의 허벅지까지 오는 깊이의 강을 건너는 것이다. 경반분교를 떠나 강촌 인근의 강으로 향했다.

무늬만 SUV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화끈하게 놀아 볼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얇은 얼음 막이 낀 강물을 마주하고 잠시 멈칫했다.
 
배기구가 잠길 정도의 물길을 지날 때에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정심을 찾고 물속으로 직진.



랭글러는 얼음 막을 깨며 앞으로 나아갔고, 휠 하우스를 뛰어넘은 물줄기는 시야를 가렸다. 긴박한 바깥 상황을 알리는 듯한 계기반의 경고등.

긴장감보다는 몸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탓에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극한의 상황을 함께한 랭글러 루비콘. 이 녀석은 한 마디로 ‘미국에서 태어난 터프가이’였다.

진정한 오프로더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랭글러 루비콘. 사실 이 녀석을 소유한다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바늘과 숫자가 전부인 계기반, 투박한 센터패시아, 목적지로 안내해 줄 내비게이션의 부재 등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적용되어 온 부분이다.

이런 투박함에는 이유가 있을 터. 사실 랭글러는 편안함을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다. 가는 길이 다르다는 얘기다.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오염에 신경을 써야 했고, 아무도 갈 수 없는 길을 정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콘셉트에 몰두해 탄생한 차가 지금의 랭글러였고,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게 진정한 오프로더의 길이니까.

꿈에도 나올 것만 같은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선물해준 설국열차. 랭글러가 보내준 선물 상자에는 그 누구도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 가득했다.



너도나도 SUV라고 외치고 있는 모델들 대비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고, 바위에 긁혀 흠집이 나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비록 조금은 투박한 외관과 실내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어떤 차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콘이 되어버린 랭글러.

계절,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드라마틱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답은 하나. 바로 랭글러다.

 이름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