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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est / Luxury SUV 0
등록자 CARLNC 작성일자 2020-11-16 오전 11:56:28


집과 차 사이



서울에서 집을 얻는 것이 점점 목표에서 꿈으로 멀어지고 있다.

과거 한 공익광고에서는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굴려야지”라고 일갈했는데, 이제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아니라 꿩 대신 닭을 선택하는 식으로 집을 장만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가장 큰 재산 개념인 집과 차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만약, 그 차의 가격이 ‘억’ 소리가 나는 차라면 말이다.

승용차의 대세는 SUV다. 가격이 1억 원 이상인 럭셔리 SUV는 생각보다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세 대의 SUV를 한 데 모았다. 덩치값 하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름값 하는 마세라티 르반떼 GTS, 그리고 어느덧 선망의 대상이 된 포르쉐 카이엔 E-하이브리드까지.

아무것도 안 해도 왠지 긴장되는 시승기에 앞서 고민에 빠졌다.

어떤 기준이 집 대신 차를 선택하게 하는지, 그리고 집과 맞바꾼 차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지 등 여러 상념들이 며칠 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작은 단순했다. 수중에 수도권 근처에 적당한 크기의 집 한 채를 구입할 만한 자금이 모였을 때, 그 돈에 필적하는 가격대의 고급 SUV가 눈에 띈다면 어떨까.

통장에 여유가 있는 사람에 한한 고민이겠지만, 자동차가 가진 가치를 따져본다면 제법 생각이 깊어지는 선택의 고민이다.

명품이라 할 만한 자동차를 선택할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할지 여기 소개하는 세 대의 SUV로 알아보자.



착시 유발하는 덩치들

먼저 세 SUV의 덩치를 보면, 롱 휠베이스 모델인 레인지로버가 대형으로 가장 크고, 준대형에 속하는 카이엔과 르반떼 GTS가 길이 약 5m, 높이 약 1.7m로 비슷하다.

레인지로버는 다른 두 대와 폭은 약 1.98m로 비슷하지만 길이 5.2m, 높이 1.84m로 다른 두 대보다 ‘크고 굵다.’

카이엔 시승차는 화이트 컬러로, 상대적으로 좀 더 커 보여야 하는데도 세 대 가운데 가장 왜소해 보인다.



색 차이로 인한 크기 보정도 르반떼 GTS에는 먹혀들지 않는다. 하지만 르반떼 GTS는 레인지로버와 같이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차의 크기와 더불어 보닛의 높이도 낮고 보닛에서 트렁크까지 흐르는 라인이 해치백을 닮은 덕에, 덩치가 비슷한 포르쉐보다 더 작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기가 죽은 건 아니다. 카이엔은 고유의 전면 디자인과 HEV를 상징하는 컬러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HEV의 아이덴티티를 측면에 흘리듯 새겨 넣었고, 브레이크와 RPM 게이지, 아날로그 시계 등 내외부 곳곳에서도 애시드 그린 컬러를 적용했다.



마세라티 역시 고유의 삼지창 로고를 전면 그릴, 측면 C필러, 헤드레스트 등 여기저기에 배치했다.

내외 어디에서 차를 봐도 마세라티란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레인지로버는 특유의 측면 액센트 그래픽 디자인과 더불어 후륜 뒤로 길게 뻗은 트렁크 라인이 덩치를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같은 라인의 숏 휠베이스 모델과는 전장과 휠베이스 20cm 차이가 전부인데, 이 모든 길이를 트렁크에 할애한 듯하다.

실내로 들어가면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한다.

주관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는 르반떼 GTS다. 세 대 모두 옵션을 통해 다양한 실내 컬러를 적용할 수 있는데, 붉은 컬러를 투톤으로 적용한 르반떼 GTS가 계속해서 눈에 남았다.



카이엔 E-하이브리드와 레인지로버도 내부 컬러와 시트를 투톤으로 선택할 수 있다.
 
운전자는 차를 밖에서보다 안에서 보는 일이 더 많으니, 차체 도색보다는 인테리어 컬러를 고르는 데 좀 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센터페시아 구조다. 공조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집중돼 있는 센터페시아의 스타일이 세 대 모두 다르다.



카이엔은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기어레버 주변에 터치 인터페이스가 배치돼 있다.

상단의 메인 메뉴 버튼은 손이 많이 가지 않는데 중단의 공조 기능은 생각보다 조절이 간편하다.

다만 비상등 버튼이 기어레버의 앞쪽에 가려져 있어 비상시에 누르기는 불편하다.



르반떼 GTS는 전통적인 디스플레이+물리버튼 형식을 갖췄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는 하단에 메뉴 버튼이 고정돼 있고, 공조 기능은 1열 온도 조절과 풍량을 스위치 형식으로 조절할 수 있어 직관적이다.

주행에 집중한 모델답게 기어레버 왼쪽에는 주행 모드와 서스펜션 조절 버튼이 있고, 비상등 버튼 아래에는 차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가 별도 배치돼 있다.

그 사이의 다이얼식 미디어 버튼은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데, 운전대 뒤쪽에 배치된 볼륨 및 이동 버튼이 더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레인지로버의 센터페시아는 2개의 디스플레이와 휠, 터치 버튼이 조합된 형태다.

운전석과 보조석의 온도는 휠로 조절하고, 에어컨과 김서림방지 최대 작동 버튼은 하단 디스플레이 아래에 별도로 나와 있다.

가운데에는 인포테인먼트 전원 및 볼륨 버튼이 자리를 잡았다.



다이얼 기어레버 뒤로는 운전 모드 다이얼이 배치돼 있는데, 가운데의 버튼을 눌러 올리면 수동으로 주행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

상단 디스플레이 옆에는 글로브박스 위로 수납공간이 하나 더 있어 노는 공간을 최소화하는 배려도 갖췄다.



◆ 달려라 SUV 저 도로 끝까지

최근 몇 년간 SUV가 줄곧 승용차 선호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다목적성 때문이다.

비슷한 트림의 세단 대비 적재함도 크고 차고가 높아 상대적으로 내부공간도 넉넉하다.

하지만 여기 소개한 차들은 단지 승용차보다 더 많은 짐을 싣기 위해 고르는 차가 아니다.



가격만큼이나 개성도 색다른 세 SUV들의 실력을 알고 싶어, 인적이 드물고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는 장소를 찾아갔다.

고삐를 잠시 풀어주고 마음껏 가속 페달을 밟으니, 40~50km/h로 평화롭게 도로를 거닐던 모습과 달리 세 차 모두 자신이 스포츠카인 것처럼 돌변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일명 ‘제로백’ 테스트는 GPS를 이용해 정확히 측정해야 하고 스타트도 나름 정해진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운전자가 신호대기 상태에서 폭발적인 가속으로 100km/h까지 질주하는 상황은 서킷이 아니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브레이크를 떼고 액셀을 끝까지 밟기 시작한 시점부터 100km/h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으로 제로백을 측정했다.

카이엔은 평소 하이브리드 모드로 달릴 때 무척 조용하고 얌전하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높은 요철도 크게 출렁이지 않고, 조금 빠르게 곡선도로를 달려도 운전자를 단단히 붙들어 매는 시트가 충격을 상쇄해 준다.

운전대는 양쪽 칼럼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칼럼, 그리고 운전대 5시 방향의 주행모드 변환 버튼까지 상당히 복잡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ACC 기능을 사용해보는 것 외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은데, 막상 운전 중 눈앞에 이런저런 기능들이 보이니 시선이 흩어지는 것 같다.



스포츠 모드에서 포르쉐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6기통 엔진이 온 힘을 다해 정지 상태에서 5.6초 만에 100km/h까지 도달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속력에도 주행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40km/h든 140km/h든 어떤 속도에서도 운전자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선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사실 이번 시승을 기획할 때 가장 많은 기대를 품었던 것은 르반떼 GTS였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간접적으로나마 페라리의 심장을 느껴볼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실제로는 처음 만나보는 마세라티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졌다.

일반 주행에서는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민감해 달리는 기분이 몸 전체에 전해져 왔다.
 
탑승자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선호하는 타입이어서 ‘혹시’가 ‘역시’로 기분 좋게 바뀌어갔다.



제로백 역시 5.4초로 세 대 가운데 가장 빨랐다.

그런데 주행 시간이 조금 길어지니 노면 상태를 그대로 엉덩이에 전해 오는 감각에 거리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달리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한 르반떼의 특징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주행을 마친 뒤에는 특징보다 단점에 좀 더 가까워지고 말았다.

레인지로버는 거대한 덩치답게 8기통 엔진으로도 제로백에 7초가 소요됐다.

물론 7초가 늦은 시간은 결코 아니지만, 다른 두 대에 비교하니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질 법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2.7t에 육박하는 무게를 63.8kg·m의 토크로 이끌어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가속력이다.



게다가 무게 때문에, 혹은 무게 덕분에 자연스레 생긴 안정감은 저속이나 고속에서도 변치 않았다.

풀액셀로 치고 나갈 때는 어느 차나 약간의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레인지로버는 걱정 말라는 듯 100km/h에 도달할 때까지도 덩치에 걸맞은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가격과 더불어 남다른 것

세 대 모두 개성과 존재감이 뚜렷하다보니, 문득 모델명을 조금 바꿔 일반적인 단어처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가 차를 만들 때 의도하는 바가 있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만나본 세 SUV들은 오랫동안 함께 하지 않았어도 짐작할 법한 성향이 분명히 보였다.

이는 외모와 더불어 인테리어와 함께 제공하는 각종 편의기능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CAYENNIZE [동사] /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다

세 대 중 유일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인 카이엔은 가격과 더불어 연비가 가장 좋은 편이다.

다른 SUV에 비하면 평범한 정도지만, 5km/ℓ 대에 불과한 르반떼와 레인지로버와 비교하니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짧은 거리를 오갈 때는 E-차지 모드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하이브리드 오토 모드로 달리면 최대 44km까지 배터리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어떤 모드에서도 주행 안정성을 잃지 않는 카이엔은 마치 탑승자를 위해 본능을 억제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운전대와 계기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운전자가 편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 대부분이 운전대에 모여 있어 시선을 많이 뺏긴다.

게다가 좌우로 상당히 넓은 계기판의 양쪽 끝은 운전대 위쪽에 가려 시의성이 떨어진다. 센터페시아에 재떨이를 고집한 만큼이나 변하지 않을 듯한 디자인이다.

◆ LEVANTIC [형용사] / 달리고 싶어 안달이 난

시동을 걸 때부터 다른 차들과 차별화된 르반떼는, 다른 목적을 저 멀리 떼낸 채 오로지 달리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일반 주행모드에서도 낮게 으르렁거리는데,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섀시를 최대한 낮추면, 이를 숨기지 않고 도로를 물어뜯을 준비가 돼 있다고 온 몸으로 알린다.

심지어 고속에서는 주행 안정성보다 속력을 더 내는 것이 우선인 듯해서 약간은 무섭기까지 하다.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도착하는 게 운전의 목적 1순위라면, 낮은 연비와 불편한 주행감각을 제치고 르반떼가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조작도 편하고 반응도 의외로 빨라 마음에 든다. 편안한 주행이 차를 선택하는 우선순위에 있다면 르반떼는 고개를 숙이고 만다.

RANGE-ROVOUSLY [부사] / 저력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겉과 속이 비슷한 레인지로버는 ‘덩치값 한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출발할 때의 느릿한 여유는 주행의 안정성으로 돌아오고, 고속에서 속력을 끌어올리는 힘은 묵직하게 도로를 붙들고 운전자를 안심시켜 준다.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가 약간 작은 것은 아쉽지만, 내부 전체에 배치된 편의기능들은 다른 두 대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2열의 암레스트는 전동 버튼으로 늘려 대형 SUV의 쾌적함을 더해주고, 2열 좌석의 편안함은 여기 소개한 3대를 넘어 모든 승용차와 비교해도 톱을 차지할 정도다.

운전자뿐 아니라 모든 좌석의 탑승자가 같은 안락함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레인지로버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운전대 디자인은 앞선 장점과 대척하는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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