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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itroën C5 Aircross SUV 0
등록자 허인학 작성일자 2019-08-12 오후 4:42:26

 

새로운 승차감 맛 집

NEW CITROËN C5 AIRCROSS SUV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른 브랜드들이 단단함에 집중하고 있을 때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고, 결국은 승차감 맛 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고정관념이라는 건 참 무섭다.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고 단정 지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시트로엥의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는 걸 듣고 색안경을 긴 채 판단했었다. 예전에 타봤던 그랜드 C4 피카소 수준이겠거니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기 좋게 한 방 먹은 기분이다. 개성 넘치는 C4 칵투스나 대가족을 태울 수 있는 그랜드 C4 피카소와 확실히 달랐다.

시트로엥 아니 프랑스 브랜드를 통틀어 이렇게 부드러운 차는 처음이다. 시트로엥도 승차감에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브랜드였다.



요즘 신차 발표회 혹은 메일로 들어오는 신차 보도자료에는 온통 SUV 얘기들뿐이다. 시트로엥도 마찬가지.

SUV를 빚어내는데 능통한 브랜드가 아님에도 내놓는 결과물들은 꽤 그럴싸하다. 이번에 만난 모델 역시 이름 뒤에 ‘SUV’라는 글자가 따라붙었고, ‘플래그십’이라는 수식어까지 달았다.

브랜드 내에서 가장 덩치가 큰 모델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SUV다. 각진 모서리는 모두 둥글게 갈아냈고, 곳곳에 시트로엥만의 감성을 녹여냈다.



길게 늘어뜨린 더블 쉐브론 엠블럼과 이어지는 주간주행등 밑에는 둥근 사각형의 디테일을 살린 헤드램프가 있다.

범퍼 가장 아랫부분에도 역시 둥근 사다리꼴 모양의 포인트가 있다. 뒷모습에도 같은 모양새의 사각형을 많이 썼다.

테일램프도 그렇고 배기구처럼 모양을 낸 범퍼 장식도 그렇다. 입체적인 부분들을 강조해 화려한 크롬 장식을 쓰지 않고도 심심하지 않게 표현했다.



사실 시트로엥 신작의 포인트는 에어범프와 컬러, 둥그런 사각형으로 개성을 살린 외관이 아니다. 바로 문을 열어야 들어설 수 있는 실내가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시트가 승차감 맛 집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이다. 그간 직물로 감싼 불편했던 시트와 달리 승객들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플래그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포근함을 주기 위해 보드라운 가죽 속에 15mm 고밀도 압축 폼을 숨겼다.
 
1cm 남짓한 수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1열과 2열 시트 모두에 압축 폼을 적용하고, 시트는 각각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거나 앞뒤로 위치를 바꿀 수 있다.



2열 공간과 트렁크 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게다가 루프 전체를 감싸고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탐이 날 정도로 널찍하게 열린다.

센터패시아는 최신 유행을 따랐다.

꼭 필요한 버튼들만 남겨줬고, 나머지 버튼들은 커다란 디스플레이 속으로 숨겼다, 시각적인 것과 쓰임새는 나쁘지 않지만, 저절로 화면이 날뛰는 내비게이션 화면과 아무리 눌러도 반응하지 않는 등 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일이 발생했다는 건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반면, 12.3 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상당히 좋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구성으로 화면을 설정할 수도 있고, 움직임도 깔끔하다.

C5 에어크로스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시선이 닿지 않는 룸미러 뒤쪽에 카메라가 달려있어 충격이 있으면 자동으로 영상이 녹화되고 휴대폰으로 전동할 수 있다.



C5 에어크로스를 움직이는 심장은 푸조·시트로엥이 많이 쓰고 있는 2.0ℓ 디젤이다. 줄곧 디젤 엔진을 선택해온 브랜드답게 진동과 소음은 잘 걸러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177마력의 출력과 40.8kg·m의 토크가 만들어낸 힘은 8단 자동변속기를 타고 바퀴로 전달된다.

운전자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지만, 있는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면 약간은 둔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시트로엥은 너도나도 쓰고 있는 반자율주행 기술도 넣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모두 켜면 떡하니 차선 중앙을 치기면서 앞차와의 거리도 알아서 척척 조절한다.



게다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정지와 재출발까지 가능해 막히는 도로에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주행 중 밝혀지는 승차감 맛 집의 두 번째 비결. 서스펜션이다. ‘컴포트 SUV’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시트로엥은 독특한 방식의 댐퍼를 선택했다.

댐퍼 양 끝에 달린 오일 저장소가 노면에서 전달된 충격을 다시 정제하면서 댐퍼가 최대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시트로엥의 기발한 생각 덕분에 과속방지턱이나 불규칙한 도로를 달릴 때도 크게 긴장할 필요가 없다.

다만, 너무나도 가볍게 돌아가는 스티어링 휠은 아쉽게 느껴졌다. 주차 시 혹은 좁은 골목길에서는 큰 힘을 주지 않고 스티어링을 돌릴 수 있어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움직일 수 있지만, 속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가벼움이 이어져 약간은 불안하게 느껴진다.



프랑스식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SUV는 여느 독일 차 혹은 영국 차와 확실히 다르다. 흔하디흔한 디자인도 아닐뿐더러 고정관념을 산산 조각낼 수 있는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100년이라는 숭고한 역사를 가진 시트로엥은 선택과 집중으로 꽤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시트로엥의 승차감 맛 집은 자극적인 맛보다는 잔잔하고 조용한 곳을 찾는 마니아들에게 더 어울리는 아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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