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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금호타이어의 방황 0
등록자 허인학 기자 작성일자 2018-05-16 오전 11:22:51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중국 피 수혈 받은 금호타이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중국에서 건너온 피를 수혈 받은 금호타이어. 일단 좋던 싫던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급박한 상황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수혈 받은 중국 피가 어떤 작용을 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잡은 동아줄은 썩은 줄일까? 튼튼한 줄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10년이라는 방황을 끝낸 금호타이어,
   앞으로가 중요하다

반세기가 넘는 역사, 그리고 위기
1946년 중고 택시 단 2대로 운수사업을 시작한 금호그룹의 창업자 박인천 씨. 그는 금호고속을 설립하고 몸집을 키웠다.

이후 ‘삼양타이어’라는 회사를 세우며 현재의 금호타이어라는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시 타이어 생산량은 하루 20여 개에 불과했지만, 1975년 국내 최초로 항공기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1999년에는 런플랫 타이어까지 생산하더니, 중국과 베트남, 미국 등 세계 각지에 진출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뿌리가 잘 뻗어나가니 계열사들도 함께 꽃길을 걸을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결국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2006년 건설업체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천문학적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에 돌고 있던 돈까지 끌어모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업계 불황이 겹치면서 하늘로 치솟던 그래프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현지 사업 실패와 중국 지사에서 발생하는 고정지출로 악화는 더욱 심해졌다.



위기를 직감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 자율협약에 놓이게 됐다.

기업이 벼랑 끝에 몰리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본인의 개인 재산까지 동원하며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7,228억 원이라는 자금을 동원에 금호산업을 되찾는데 성공했지만, 금호타이어는 아니었다.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타이어 회사는 그렇게 위기 속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결국 대륙에 품에 안겼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지 10년 만에 결국 결론이 나왔다. 긴 시간 동안 새로운 주인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사정은 더 나빠졌다.

채권단은 만기가 돌아온 채권 상환을 연장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요구했고, 금호타이어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카드로 내세웠지만,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금력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자금 확보를 위해 여러 기업이 함께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인수 방법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구세주(?)가 등장했다.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 그룹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더블스타 그룹의 인수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거 여러 회사들이 중국에 인수되었다 중요 기술만 빼앗기고 버려진 이름 바 ‘먹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노조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실 타이어 중견 기업인 타이어뱅크 역시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산업은행은 인수자금 플랜을 문제 삼으며 이를 거부한 적이 있다.

금호타이어는 기로에 놓였다. 1조 4,000억 원이라는 금액의 채무 만기가 도래했고, 더 이상 연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쥐고 있는 금호산업과의 협상이 까다로웠지만 산업은행은 결국 더블스타 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은행의 판단은 확고했다. 과거 진행한 채권단의 실사 결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해외 매각이 최선의 결론이었고, 더블스타의 인수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가 잠잠해졌으며, 채권단과 금호그룹의 상표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더블스타 그룹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며 투자를 통한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더블스타 그룹은 금호타이어의 신주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중국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 최대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한 동시에 전 세계 10대 타이어 기업으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리 곱지 않다. 채권단은 법정관리가 진행된 후에는 채권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쌍용자동차 사태와 GM 사태 등을 미루어 볼 때, 더블스타 그룹으로 넘겨진 금호타이어는 주요 기술만 흡수당하고 빈털터리로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미 한 차례 협상이 엎어진 회사에 재매각을 추진하는 점 역시 국책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는 끝난 것일까?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 그룹으로의 매각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찬성 비중이 높아 매각이 진행되게 됐다.

중국의 품에 안겨 급한 불은 잡았으니 금호타이어는 안전해진 것일까? 한숨을 돌린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금호타이어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호타이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더블스타 그룹이 6,463억 원으로 금호타이어의 신주 45%를 인수하고 3년 간 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을 걸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채권단은 시설자금 용도로 금호타이어에 최대 2,000억 원을 지원하며 채무 만기를 5년 연장하고 금리도 인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금호타이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중국 현지 공장을 다시금 살려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남다른 활동과 제품력으로 한때 국내 타이어 업계 1위에 자리에도 오르기도 하며 정상적인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체 생산량의 30% 가량 책임지고 있는 중국 사업 부진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모든 상황은 중국 시장 경영 악화가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중국시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더블스타 그룹은 중국 현지 내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할 방법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적인 이익이 목적이든, 브랜드 경쟁력 향상이 목적이든지 간에 일단은 금호타이어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금호타이어의 정상화에 있어서 산업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 두 회사의 인수가 은행과 별 상관이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과거 쌍용차 사태를 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준 것도 산업은행이고, 공교롭게도 대우조선과 대우건설, 한국 GM 등의 연이은 실패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산업은행은 채권도 회수해야 하고, 과거처럼 기술만 빼앗기고 버려지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이상한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금호타이어는 극적으로 더블스타 그룹이라는 동아줄을 잡게 됐고, 가까스로 위기는 모면했다. 이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혹시 모를 ‘먹튀’ 행동에 대비해 일단 발목에 족쇄를 채운 상태이기 때문에 미래의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현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 불안하다면, 좀 더 촘촘하게 ‘먹튀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만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잘못되기를 바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결정은 ‘최후의 선택’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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