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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광고 뒤집어보기 0
등록자 CARLNC 작성일자 2017-10-12 오후 2:22:44

 


한계 다다른 경형차들




자동차는 ‘차격(車格)’에 따라 광고가 달라진다. 고급차는 고급차 다운 광고로, 스포츠 모델은 스포츠 모델만의 특별함을 광고를 통해 강조한다.

친환경차는 친환경 차대로, SUV는 SUV만의 특징을 느끼게 하는 광고를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경형차의 광고는? 특별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가족을 등장시키거나 안전을 강조하는 광고를 한다. 하지만 실제 치열한 경형차의 경쟁은 광고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격전장으로 변했다. 경제기조가 예년만 못하다 보니 판매도 신통치 않고 생산 역시 노조와의 힘겨루기로 삐걱거리고 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차종들이 등장하면서 ‘더 나은 차’를 만들기 위한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하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 도태될 모델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급스럽고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이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PYL(Premium Unique Lifestyle)’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던 ‘i40’이나 ‘벨로스터’ 등은 해외시장에서나 살길을 찾고 있고, 현대 고급 FF 세단의 맏형으로 내세운 ‘아슬란’은 판매기록 바닥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이다.

기아의 의욕적인 럭셔리 세단 ‘K9’ 또한 같은 형통의 ‘EQ900’과는 달리 희귀차의 신세가 된지 오래다.

경제가 어려움에도 경제성 높은 소형차가 외면받고 있는 현실은 의외지만 애석하게 소형차는 국내시장에서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현대 ‘액센트’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뿐 오래도록 우리나라 소형차의 대표 자리를 지켜왔던 기아 프라이드나 세계무대를 전제로 개발된 쉐보레의 소형차 ‘아베오’의 판매 기록은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한숨이 나오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되는 차종도 있다. 바로 ‘경형 승용차’다. 우리가 흔히 ‘경차’라고 부르는 차종의 정식 명칭은 ‘경형차’다. 경차는 일본의 경형차를 의미하는 말이다.

경형차의 뿌리는 일본의 경차(輕車 けいしや)로, 일본이 만들어낸 독특한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진 경차는 세계적으로도 ‘경차(Kei car)’라고 불린다.

일본 경차 프로젝트는 1949년 처음 시작되었다. 2차 대전 패망 후 국가 산업 성장을 목표로 이륜차 중심에서 자동차 산업으로 발전을 꾀한 일본 정부의 시책이었다.

그러나 길이 2.8m 이내, 너비 1m 이내, 높이 2m 이내 배기량 150cc(4행정 엔진), 100cc(2행정 엔진) 이하라는 당시 기준을 충족시킬 차는 나오질 않았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이듬해 경차의 기준을 완화했다. 그래봐야 길이 3m 이내, 너비 1.3m 이하 그리고 배기량은 4행정 엔진과 2행정 엔진 각각 300cc와 200cc로 늘였지만 제대로 된 차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 제작사들은 계속 기준 완화를 요구했고, 그 결과 1655년 차체 크기 기준은 그대로 둔 채 배기량을 20% 올려 360cc와 240cc로 완화했다. 이때 등장한 모델이 스바루 ‘360’과 스즈키의 ‘스즈라이트’였다.

이 무렵 한국전쟁 특수로 경제 회복의 길에 들어선 일본은 올림픽 개최까지 할 정도의 호황을 맞았다. 자동차 시장 역시 이런 경제 흐름에 따라 급격하게 성장했다.
 
1976년 일본 경차는 배기량 기준이 550cc로 늘었고 차체 기준 역시 길이만 3.3m로 길어지고 배기량도 660cc로 커졌다. 이 기준은 1998년 배기량은 그대로 두고 차체만 길이 3.4m 이하, 너비 1.48m 이하로 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일본의 경차는 1992년 버블경제가 터지면서 20년간의 경제 혹한기 중에 오히려 일본 내수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이런 일본 경차 프로젝트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경형차였다. 우리나라 경형차는 1983년 시작되었다.

당시 정치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제5공화국 정권은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킬 다양한 정책을 폈다.

컬러 TV 방송, 프로야구,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유치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큰 부담 없이 차를 탈 수 있는 ‘국민차’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정책들이었다.

이 국민차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은 대우 티코가 등장한 1991년이었다. 티코는 당시 일본 경차의 베스트셀러 모델이었던 스즈키 알토의 구형 모델을 들여와 조립 생산한 차였다.

당시 우리나라 경형 승용차의 기준은 길이 3.5m 이하, 너비 1.5m 이하에 배기량 800cc 이하였기 때문에 일본의 경차를 그대로 들여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엔진은 일본 내수용의 비싼 660cc 대신 스즈키의 인도, 동남아 수출 모델에 얹히는 3기통 800cc 엔진을 얹었다.



대우 티코는 발표 당시 3만 대가 판매되었고, 1996년 유가 폭등이 있던 1996년에는 10만 3천 대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우 티코에 이어 현대와 기아는 각각 ‘아토스(1997년)’와 ‘비스토(1998년)’로 경형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998년 티코 후속인 ‘마티즈’에 밀려 고전하다 단종되고 말았다.

1993년 이탈디자인의 쥬지아로가 발표한 컨셉카 루치올라를 바탕으로 5도어 모델로 변형된 마티즈는 빼어난 스타일링과 당시 IMF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맞은 내수시장 점유율 35%라는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런 호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IMF 사태가 진정되면서 경형차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되어 2003년에는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무렵 경형차의 기준에 변화가 이뤄졌다.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배기량이 커야 하고 안전을 위해서 차체를 키워야 한다는 제작사들(엄밀하게는 현대)의 논리로 시작되었다.

당시 1000cc 엔진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대우는 계속 800cc 엔진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003년 경형차 지원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정부는 2003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차 배기량 기준을 800cc 미만에서 1,000cc 이하로, 너비는 1.5m에서 1.6m로, 길이는 3.5m에서 3.6m로 각각 늘이기로 결정하고 2006년 시행키로 했으나, 1,000cc 엔진을 갖고 있지 않은 대우의 반대로 경차 규격 확대의 유예 기간을 2008년까지 늦추는 것으로 결정 났다.

특별소비세, 등록세와 취득세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공영 주차장 50% 할인, 지하철 환승주차장 80% 할인, 관공서 및 대형 매장 경형차 전용 주차장 운영 등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경형차는 그 사이 큰 성장을 이루었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특히 편의성과 안전성이 크게 높아졌다. 그 결과 경형차는 ‘경제형 소형차’에서 ‘작은 차체에 큰 혜택을 가진 차’로 바뀌었다.

다른 차종과는 달리 엄연한 크기의 제한 범위 내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경형차의 작은 차체에서 오는 ‘안전 불안’과 ‘싸구려 차’ 인식을 거둬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운 경형차 전쟁에서 기아와 쉐보레는 초호화판 경형차들을 내놓았다. 찻값도 1,500만 원을 넘어 소형차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경형차의 존재 의미 중 가장 큰 요소인 경제성 측면에서는 그리 빼어난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계기반도 슈퍼비젼 클러스터를 쓰고 전자동 에어컨디셔너에 후방 카메라, 크루즈 컨트롤, 조명달린 선바이저 거울에 열선이 들어간 스티어링 휠, 가죽시트에 열선시트, 심지어 뒷좌석에까지 열선을 넣은 모델까지 있다.

물론 경형차라고 편의장비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성을 우선으로 싼값에 다수의 국민들이 차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할 경형차가 지나친 편의성 추구로 가격 합리성을 잃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얘기다.

현재 경형차들의 모습은 길이 3.6m, 너비 1.6m에 몇 mm 빠지는 빠듯한 한계점까지 몸을 부풀려 왔다.

스마트 포투, 토요타 IQ, 피아트 500, 폭스바겐 업 등 우리나라 경형차보다 단지 5~10mm 넓은 차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더 경제적인 차들이 있지만 이 모델들은 국내에 들어와 보아야 ‘작은 수입 소형차’일 뿐 엄청난 혜택이 더해지는 경형차가 되지 못한다.

그간에도 경형차에 따르는 혜택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이 있어 왔지만 지금의 경형차를 보면 그 의구심이 더욱 커져 아예 ‘경형차 혜택의 박탈’까지 생각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마주친 우리의 입장에서 그저 길이 3.6m, 너비 1.6m 차체만을 갖춘 차에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고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 주차장 주차료를 50%나 할인해 줄 이유가 뭔지 국산 경형차는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경형차는 더 이상 ‘경제적 약자들에게 자동차를 이용하게 해줄 수 있는 차’가 아니다.

그저 ‘부담 없이 추가 구입하는 세컨드카’가 되어버렸다. 많은 혜택이 뒤따라 그저 만들면 팔리는 모델의 특성상 제작사들이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경쟁 모델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온 것 때문이다.

최근 등장한 국산 경형차들은 스타일링이나 안전도, 특히 편의성 측면에서 본다면 아주 잘 만들어진 미니카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25년 전 국민차 프로젝트 입안자들이 꿈꿨던 경형차와는 전혀 다른 괴물로 바뀌어 버렸다.

이제 경형차는 많은 혜택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통해 독립된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경형차 역시 도태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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